"백신이 개발되었습니다. 안심하세요, 여러분."

"우리는 모두 죽지 않을 있습니다."




2016
12 24, 트리 아래에 놓인 선물을 기대하던 아이도, 불빛으로 반짝이는 거리에서 데이트에 들뜬 연인도, 크리스마스라는 좋은 핑계로 술을 즐기는 모임들도 모두 좀비가 되었다. 너덜너덜한 거죽으로 덮힌 괴물은 아래 근육과 뼈가 보였고, 시야가 없었고, 인간의 뇌와 몸을 먹고 싶었다. 우리의 살점을 뜯어먹는 괴물은 갑자기 생겼다. 시체 냄새가 진동하는 좀비 사이에서 잠을 청하고, 두려워하고, 죽음을 마주했다. 그리고 일상의 끝은 존재하였다. 비가 오는 날이었고, 지독한 더위였다. 사람이 자살한 날이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자살한 사람의 머리를 좀비에게 던지며 환호하였다. 날은 백신이 개발된 날이었다.



일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울타리 안으로 밀려들어간 우리는 언제나 믿었다. 구워 고소한 빵이 가득한 , 보드랍고 감칠맛이 가득 퍼지는 칠면조 구이, 생크림과 딸기가 듬뿍 있는 케이크, 시원하고 달콤한 오렌지 주스 따위는 얼마든지 먹을 있게 알았다. 수가 부족하여 충분히 먹지 못하였지만, 좀비가 우리 뇌를 노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옥수수 통조림을 삼키면서 우리는 안도하였다. 신이 내린 음성 같은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방송은 우리를 살렸고, 듣지 못한 자들은 좀비에게 뇌수까지 모두 빨아먹혔다. 언제나 있을 것이라고, 아주, 명백하게.



하지만 우리는 다시 죽고 있었다.



통증에 몸을 비틀며 죽는 아이, 배를 굶고 쓰러진 노인, 울타리를 넘어온 좀비에게 뜯긴 남자. 바깥에서 좀비와 함께 때는 보이지 않았던 풍경이 안에 들어왔다. 부족한 보급품과 인력으로 제대로 수습되지 않은 상황을 인지하였다. 누가 우리는 도와줄 있는가. 우리는, 우리는 살기 위해, 안으로, 있어, 살아야 , 여기서 살아야 , 바깥에 있는 좀비는, 그것들은. 우리는 살기 위해 타인을 밀치는 일에 익숙해졌다. 밀거래와 밀수입을 공공연히 벌였다. 아이는 길거리에서 구걸하고, 옆집 노인은 약탈하고, 건너집 남자는 화풀이로 불을 질렀다. 다른 일상이 끼어들었다.



정부는 보급을 강박적으로 조절하기 시작하였다. 정부 기관 하나를 울타리 안으로 옮겼고, 직원들은 돈을 주며 자경단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보급을 받기 위해 정부의 말을 듣기 시작하였다. 완전히 복종하였는가? 그것은 아니다. 적당히 연기를 하며 배를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기록으로 남겨진 좀비는 아직 우리 곁에 있고, 우리는 굶주린 배를 안고 죽고 싶지 않았다. 아주 시간이 흐르며 일상이 뒤덮혀지고 난잡하게 섞여졌다. 부모는 우는 아이에게 좀비 무리로 던진다는 호통을 치고, 절름발이 노인은 경찰의 눈을 피해 남자에게 총을 몰래 산다. 꼭두각시 마냥 범죄자를 굽고 삶아서 감옥에서 빼낸 변호사는 부유한 저녁 식사를 한다. 자경단으로 활동하는 소녀는 어떤 조직의 두목에게 자경단이 앞으로 검거 내용을 미리 알려준다. 화려한 노래를 부르는 쇼걸 뒤로 난잡한 거래가 성사된다. 어찌됐든 생존으로 삶이 이어진다. 울타리 안은 언제나 일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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